고르반
이 고르반(코르반 κορβᾶν)이라는 단어는 재물이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코르반'의 음역(音譯)으로서 마가복음 7;11에 단 한 번 나온다.
"너희는 가로되 사람이 아비에게나 어미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하기만 하면 그만이라 하고"(막 7:11)
고르반(코르반). 이 말은 히브리어 구약 시대의 제사장 전승을 통해 그 뜻을 알수 있는데, 그 뜻은 '하나님께 드림' 곧 '하나님께 바치는 물건'을 가리키는 매우 신앙적 의미였었다(레위기 2:1, 4, 12, 민수기7:12-17에서 희생 제사와 관련하여 나온다). 마가는 본서의 이방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이러한 음역과 더불어 설명구까지 첨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말을 헬라어로 번역할 때는 '도론', 즉'선물'이라는 뜻으로 표기한다. 또 본문 내용과 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보이는 유대인의 납골당(納骨堂)의 비문(碑文)에서 같은 형태의 용법이 발견되었다.
마가복음7:11에서 예수님은 예수님 당시의 자녀들이 그들의 가련한 부모들에게 도와드려야 할 돈을 도와드리지도 않고, 이미 하나님을 섬기는 데 사용했다고 핑계하는 악랄한 관습은 예수님 당시의 서기관들이 전통적으로 규정한 것인데, 그 이후의 서기관들은 그 규정이 분명히 오용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므로 그것을 수정했다.
예수 당시의 이 말이 순전히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기위해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장로들의 유전'을 따르는 사람들이 부모에게 해야 할 봉양의무를 하나님께 대신했다는 변명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즉 장로들의 유전은 자식이 부모에게 드려야 하는 의무를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고 말하기만 하면 더 이상 부모에게 할 의무가 없어진다고 가르쳤다. 때문에 그들은 부모 공경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장로들의 유전(遺傳)을 이용했다. 또 '고르반'은 일종의 맹세문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들이 가진 물건올 하나님께 드릴 것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을 부모를 위시한 모든 타인으로부터 제한시킬 수가 있었다. 이 '고르반' 맹세는 비록 모세의 또다른 계명(부모 공경 둥)을 파기하는 일이 있어도 반드시 시행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 같은 '맹세'는 실제로 성전에 물건을 바쳐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맹세자는 '고르반'된 물건을 일부만 성전에 헌납하고(아예 헌납치 않는 수도 있음)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해도 무방했던 것이다. 결국 장로들의 유전은 많은 재물을 갖고 있으면서도 부모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려는 불효자들의 기만적인 행위를 정당화 시켜주는 구실을 한 것이다. 한편 후대 랍비들은 이러한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하여 '미쉬나'(Mishnah)에 고르반을 빌미로 부모 공양을 등한히해서는안 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예수 당시에는 아직 그 조항이 제정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극단적인 유대주의자는 부모 공경보다 하나님께 대한 맹세를 더 중하게 여겨 고르반의 폐단을 계속 고집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