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11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 하노라"(갈 4:10-11)
바울은 유대주의자들의 거짓되고 외식적인 율법주의를 책망하고 있다. 본절과 유사한 문구는 골 2:16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당시 이방인 교회속에는 거짓된 외식적 율법에 의하여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갈라디아 교인들이 의식적으로 지켰던 율법의 규례들은 다음과 같다.
(1) '날'(헤메라스).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지켰던 금식일과 안식일을 뜻한다. 그리고 여기에 하루만 지키는 절기가 포함된다.
(2) '달'. 매월 초하루에 지키는 월삭(삼상 20:5, 18; 사 66:23)과 달의 반복적 운행과 관련된 절기들, 즉 정월로서 추수가 시작되는 아빕월(출 13:4), 2월이며 꽃의 계절인 시브월(왕상6:1), 비의 계절인 7월과 8월, 즉 에다님월(왕상 8:2)과 불월(왕상 6:38) 등을 가리킨다. 그런데 갈라디아 교회에 있어서 달에 대한 절기는 유대인과 이방인들의 월력이 달랐으므로 그들의 문화권에서 혼란을 초래했던 것으로 보인다(E. Huxtable).
(3) '절기'(카이루스). 레위 율법이 규정하는 3대 절기, 곧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레 23장)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여 추가된 나팔절(레23:23 - 25), 수전절(마카비상 4:52 - 59), 부림절(에 9:24 - 32) 등을 말한다.
(4)'해'(에니아우투스). 매 7년마다 돌아오는 안식년(레 25:2 -7)과 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레 25:8 - 55)을 의미한다. 바울은 이상에서 언급한 종교적 절기들을 충실히 지킨 사실만으로 갈라디아 교인들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울은 그들이 율법의 참된 목적을 깨닫지 못하고 율법을 구원의 방편으로 삼는 왜곡된 신앙을 소유함으로 더 큰 멍에와 굴레에 빠져 헛된 열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책망한다.
• 헛될까 두려워하노라
바울의 '헛될까'라는 표현은 갈라디아 교인들이 율법주의에 치우쳐 있음을 염려한 데서 나온 것인지 그들이 완전히 율법주의자가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서 이탈하였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당시의 갈라디아 교인들은 아직 할례를 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 중에 절기와 날들을 지키는 유대주의자들이 침투하였던 것은 사실이다(9,10절).나와 같이 되기를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기네스데 호스 에고'는 현재 중간태 명령법으로서 직역하면 '계속 나와 같이 되기를' 이라는 의미이다. 이말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몇가지의 견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혹자는 바울이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사랑과 정직으로 대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너희도 내앞에서 솔직하라'는 의미로 본다(Cole).
(2) 혹자는 바울이 유대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주의의 모든 의식주의(儀式主義)를 폐기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자가 된 것을 상기시키면서 '너희도 나와 같은 자유자가 되라'고 했다고 본다(E. Huxtable).
(3) 혹자는 바울이 갈라디아 교인들의 입장에 선 것을 상기시키면서 '너희도 내 입장에서 나를 이해하라'고 권면했다고 본다(NEB, Boice). 이상의 세 견해는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지만 문맥상 (2)의 견해가 가장 타당한 것 같다. 왜냐하면 바울은 계속해서 율법과 그리스도로 인한 자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울은 복음을 위하여 자신의 지위와 유대인이 갖는 우월감을 초라한 것들로 인식하고 참된 자유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