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우벤과 이스라엘의 장자권
"이스라엘의 장자 르우벤의 아들들은 이러하니라 (르우벤은 장자라도 그 아비의 침상을 더럽게 하였으므로 장자의 명분이 이스라엘의 아들 요셉의 자손에게로 돌아갔으나 족보에는 장자의 명분대로 기록할 것이 아니니라 유다는 형제보다 뛰어나고 주권자가 유다로 말미암아 났을찌라도 장자의 명분은 요셉에게 있으니라)"(대상 5:1-2)
야곱의 장자(長子) 르우벤(Re-uben)이 야곱의 첩 빌하와 근친 상간을 범한 것을 가리키는 구절이다(창 35:22).
창 35:22/ 이스라엘이 그 땅에 유할 때에 르우벤이 가서 그 서모 빌하와 통간하매 이스라엘이 이를 들었더라 야곱의 아들은 열둘이라
그는 이 죄로 말미암아 장자권적 주도권은 유다에게 넘겨 주고 말았으며(2절; 창 49:8), 두몫을 차지하는 장자의 상속권(신 21:17)은 요셉에게 넘겨 주고 말았다(창 49:3, 4).
요셉의 장자권은 그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통해 성취되었다. 즉, 요셉은 두 아들을 통하여 이스라엘 내에서 두 기업(基業)을 획득하였다(창 48:22).
참고로, 역대상 기자는 족보를 장자의 명분대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족보대로 되었다면 요셉의 후손들이 먼저 소개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본 족보는 장자의 명분대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저자의 구속사적(救贖史的) 시각에 따라 기록된 것이어서 요셉의 후손들이 나중에 기록되어 있다(23, 24절;7:14-29).
"유다는 형제보다 뛰어나고..."
여기서 '뛰어나고'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가바르'는 '우세하다', '힘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다른 지파에 비해 숫자적으로 월등한 유다 지파의 세력을 가리키는 말이다(민 1:27). 유다 지파는 이와 같은 월등한 세력으로 인해 가나안 정복 당시 이스라엘 군대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삿1:1-21).
"주권자가 유다로 말미암아 났을지라도"
이는 유다 지파 출신의 다윗 왕을 가리키는 말이다(삼하 5:1-3). 다윗은 실로 하나님께서 택정하셨던 이스라엘의 목자이자 주권자로서 장차 유다 지파의 계통을 좇아 탄생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였다(28:4). 이와 관련해서는 야곱이 임종시(臨終時)에 유다 자손들에게 베풀었던 축복을 살펴 보자.
창 49:8-10/ 유다야 너는 네 형제의 찬송이 될찌라 네 손이 네 원수의 목을 잡을 것이요 네 아비의 아들들이 네 앞에 절하리로다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내 아들아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 갔도다 그의 엎드리고 웅크림이 수사자 같고 암사자 같으니 누가 그를 범할 수 있으랴 홀이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치리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미치리니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
홀(笏)은 왕권을 상징하는 증표물을 가리킨다. 왕은 공중 집회 때에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항상 '홀'을 휴대하였다. 치리자의 지팡이가 그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 - 70인역은 '치리자의 지팡이'에 해당하는 '하카크'를 '통치자'로 번역하고 있다. KJV도 이러한 입장에 따라 이 단어를 '입법자'(a lawgiver)로 번역하였다. 그러나 '입법자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 한다'는 번역은 문맥상 어색하다. 또한 히브리어 '하카크'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사람이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도구 까지 가리키는 단어이다. 따라서 이 단어는 마땅히 '다스리는 자의 지팡이나 지휘봉' 정도로 번역하여야 한다. 개역 성경과 RSV가 이러한 관점에서 번역하였다.
"실로가 오시기 까지 미치리니", 이 말은 혈통적인 유다의 통치권이 끌나는 기간을 선포한 말임과 동시에 영적 유다 왕권의 통치권이 시작되고 완성되는 시점을 예언한 말이기도 하다(계 5:5). 그런데 그 같은 분기점이 되는 때는 실로가 현현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여기서 '실로'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다. 지명(地名)으로 보고 유다의 통치권이 실로 까지만 미친다는 견해이다(Delitzsch, Furst). 그러나 이는 역사적인 상황과 맞지 않는다. 추상적인 명사로 이해하여 '평안의 때'를 의미한다고 보는 견해이다(Gesenius, Kurtz). 그러나 이 역시 개념이 불투명하다. 가장 합당한 견해로 장차 유다 지파를 통해 오실 '메시야'를 의미한다는 견해이다(민 24:9,17,24;대상 28:4). 이는 여러 학자들이 지지하는데(Aal-ders, Calvin, Lange) 역사적인 정황과도 부합된다. 따라서 유다 지파의 지상 왕권은 그리스도의 영원한 왕권을 예표하며 여인의 후손 언약(3 : 15)이래로 면면히 계승되어 온 '메시야 언약'(12:3;22:17,18;26:4;28:14)은 야곱의 네째 아들 유다에게 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에게 모든 백성이 복종하리로다", 8절의 '네 아비의 아들들이 네 앞에 절하리로다'라는 말과 일맥 상통하는 귀절로서 이 예언 역시 이스라엘 각 지파를 모아서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 뛰어난 통치력을 발휘하였던 다윗을 통해 성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