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말하는 빚 그리고 공동체의 책무
이스라엘에서는 대부가 상업적인 것이 아니라 자선적인 것이었다(BC 2000년경에 바벨론에서는 대부가 상업적이었다). 눅 16:1이하의 빚진 자는 일종의 월세를 내는 세입자들일 수도 있고, 외상으로 물품을 가져간 상인들일 수도 있다.
눅 16:1/ 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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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 16:4-5/ 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이렇게 하면 직분을 빼앗긴 후에 저희가 나를 자기 집으로 영접하리라 하고 주인에게 빚진 자를 낱낱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내 주인에게 얼마나 졌느뇨
마 6:12에서 죄를 빚으로 서술한 것은 사람과 하나님의 관계를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본다기보다는, 하나님의 은혜를 선포하고 용서의 의무를 권면하는 것이다.
마 6:12/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our debtors)를 사하여 준것 같이 우리 죄(our debts)를 사하여 주옵시고
구약 율법은 외국인을 제외한 모든 동족들에게 이자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였다(예. 출 22:25;신 23:20).
출 22:25/ 네가 만일 너와 함께한 나의 백성 중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이거든 너는 그에게 채주 같이 하지 말며 변리를 받지 말 것이며
신 23:20/ 타국인에게 네가 꾸이면 이식을 취하여도 가하거니와 너의 형제에게 꾸이거든 이식을 취하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들어가서 얻을 땅에서 네 손으로 하는 범사에 복을 내리시리라
예수님은 수입을 얻기 위한 은행 저축이나 투자는 인정하였으나(마 25:27), 사채에서 이자을 부과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마 25:27).
마 25:27/ 그러면 네가 마땅히 내 돈을 취리하는 자들에게나 두었다가 나로 돌아 와서 내 본전과 변리를 받게 할 것이니라 하고
사채에서 이자를 부과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았다(눅 6:30이하).
눅 6:30-31/ 무릇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다시 달라지 말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빚의 담보로서 개인적인 물건들이 전집되기도 했으며(신 24장), 빚을 갚지 않을 경우 몰수할 재산이 없을 때는 종을 팔아 버릴 수도 있었다(예. 암 2:6).
암 2:6/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스라엘의 서너가지 죄로 인하여 내가 그 벌을 돌이키지 아니하리니 이는 저희가 은을 받고 의인을 팔며 신 한 켤레를 받고 궁핍한 자를 팔며
그러나 모든 빚은 7년마다 면제되어야 했다(신 15:1이하).
신 15:1-3/ 매 칠년 끝에 면제하라 면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무릇 그 이웃에게 꾸어준 채주는 그것을 면제하고 그 이웃에게나 그 형제에게 독촉하지 말지니 이 해는 여호와의 면제년이라 칭함이니라 이방인에게는 네가 독촉하려니와 네 형제에게 꾸인 것은 네 손에서 면제하라
• 매 칠 년 끝
매 칠 년 되는 해의 연말이 아니라, 7년을 주기로 하여 그 주기의 마지막, 즉 '제 7년째'를 의미한다. 이를 가리켜 일명 '안식년'(安息年, the Sabbatical year)이라고 하는데<레 서론, 히브리 절기와 축제>, 이 때에는 땅을 경작하지 아니하고 묵혀 두도록 규정되어 있다(레 25:4,5). 면제하라 - 즉 안식년 채무 면제에 관한 규례이다. 그런데 여기 규정된 채무 면제(債務免除)의 정의에 대하여서는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부채의 완전 탕감을 의미한다는 견해이다(Lange, Matthew Henry). 둘째, 안식년에만 국한된 빚 독촉의 면제를 의미한다는 견해이다(Philo, Calvin, Keil, Pulpit Commentary).
그런데 (1) 매 안식년마다 모든 채무가 완전 탕감되어 버린다면, 사실상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금품 대여 행위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2) 또한 여기서 '면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어근 '솨마트'는 '쉬게 한다', '묵여두다'(출23:11)는 뜻으로 일시적인 일의 중단을 강하게 나타낸다.
(3) 그 뿐 아니라 '그것을 면제하고...독촉하지 말지니'(2절)라는 말도 빚 탕감보다는 오히려 빚 독촉의 면제를 강하게 나타내 준다. 따라서 위의 두 견해 중 후자가 본문과 부합되는 타당한 견해임을 알 수 있다.
채주는 직역하면 '자기 손을 빌려 준 소유주'란 의미이다. 이는 특별히 고리 대금업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에게 돈이나 물건 또는 식량 따위를 선의(善意)로 빌려 준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일 뿐이다. 한편 모세 율법은 이스라엘인이 이방인에게 돈이나 물건을 빌려 준 때에는 이자를 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23:19,20).
• 여호와의 면제년
'여호와의 면제년'은 직역하면 '여호와를 위한 면제'이다. 이는 곧 안식년(安息年)동안 백성들이 가난한 자들에 대한 빚 독촉을 면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에 근거한 것으로서, 오직 그분의 영광을 위한 것임을 의미한다. 한편 이러한 안식년의 채무 면제 기능에서 부터 '면제년(免除年, Year of Release)이란 명칭이 부여되었다.
"네가 만일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만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명령을 다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유업으로 주신 땅에서 네가 정녕 복을 받으리니 너희 중에 가난한 자가 없으리라"(신 15:4)
"지켜 행하면...너희 중에 가난한 자 없으리라"
이 말은 실제로 이스라엘 중에 가난한 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11절). 다만 이는 가난한 자에게 기꺼이 꾸어 주며 안식년에는 빚 독촉을 면제해 주는 규례가 계속 시행되는 한, 가난한 자들이 더 이상 궁핍으로 인해 고통당하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세 율법에는 '거지'란 단어가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다(Michaelis). 그리고 역설적으로는 비록 채주(債主)가 안식년으로 말미암아 빚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인해 결코 가난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안식년 채무 면제법 제정의 사회적 목적이 있었다. 한편 오늘날 우리도 궁핍에 처한 이웃과 형제를 돌아보는 것이, 이미 자신이 채주되시는 하나님께로 부터 보다 큰 은혜와 사랑을 입은 자로서, 마땅히 행하지 않을 수 없는 기복 덕목임을 인지하여야 할 것이다(마 18: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