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 자기 아내 사라의 매장지로 구입했던 평야로 굴과 밭이 있었다(창 23장). 아브라함, 나중에 이삭, 리브가, 야곱도 이 곳에 장사되었다. 헤브론에 있는 현재의 장소는 유대인들, 그리스도인들, 모슬렘인들에게 경배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거대한 벽으로 둘러싸이게 된 때는 아마도 헤롯 시대부터일 것이다. 그러나 굴 자체가 오래된 것인지의 여부는 확증되지 않고 있다.
창 23:9/ 그로 그 밭머리에 있는 막벨라 굴을 내게 주게 하되 준가를 받고 그 굴을 내게 주어서 당신들 중에 내 소유 매장지가 되게하기를 원하노라
'막벨라(מכפּלה)'는 '이중의'(double)라는 뜻의 히브리어 '카팔(כּפל)'에서 파생된 말로 '이중으로 된 굴'이란 뜻이다. 아마 이는 (1) 입구가 두 개인 굴을 가리키거나 (2) 굴 속에 또 하나의 굴이 있는 겹굴 (3) 아니면 두 사람이 함께 장사될 수 있는 큰 굴을 말할 것이다. 여하튼 특이한 형태를 지칭하던 이 말은 은연중에 장소를 가리키는 고유 명사로 굳어지고 만 것 같다.
아브라함은 막벨라 굴을 사기위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했다. '준가(케세프 כּסף 말레 מלא)'는 '케세프'(은)와 '말레'(많은, 풍부한,풍성한)가 합쳐진 말로 '많은 은(銀)'을 뜻한다. 이는 '충분한 돈', 즉 당시 거래되던 가격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의미인데 물물교환의 매개체로 귀금속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성경상의 첫번째 기록이다.
그리고 정확한 등기법이 아직 없던 시대에 거래의 합법적인 공증(公證)을 받으려면 모든 거래 행위와 공공 생활의 중심지였던 성문(34:20;삼하 15:2;느 8:1;렘 17:19)앞에서, 그리고 여러 증인 앞에서 공식적인 거래를 하여야 했다("성문에 들어온 모든 자의 듣는데"창 23:10).
합당한 대금을 지불하고 체결된 정식 계약을 여러 증인들 앞에서 공증(公證)하기 위함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당시에도 초보적인 문자가 있기는 하였으나 아브라함과 에브론은 문서가 없는 구두 계약(口頭契約)을 맺었거나 아니면 간략한 매매 계약서와 함께 여러 사람 앞에서 공증받는 병행 계약을 맺었던 것 같다.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기업(基業)으로 주시겠다고약속하신 땅이다(13:15).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일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막벨라 굴과 밭을 무상으로 양도받았다고 할 것 같으면 그는 자신의 기업을 하나님이 아닌 이방 족속으로 부터 받은 셈이 될 것이다. 이는 곧 하나님의 약속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행위가 되니 아브라함은 에브론의 제의를 거절하고 끝 까지 그에 준하는 값을 치루려 한 것이다.
한편 가나안의 상속자 아브라함(13:15,17)이 가나안에서 실제적으로 소유한 유일한 땅이 의미 심장하게도 자신의 최후 안식처가 될(25:9) 한 조각 장지(葬地)였다는 사실은 그가 하나님으로 부터 약속받은 가나안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를 시사해 준다. 그것은 곧 그의 궁극적인 기업이 죽음과 함께 유업으로 받을 하늘 가나안, 즉 천국인 것이다.
그리고 비록 간접적이긴 하나 에브론이 받기 원하는 가격이 정확히 제시되고 있다(땅값은 은 사백 세겔). 그런데 밭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땅의 가치를 헤아려 볼 때 이는 아브라함의 부(富)와 지위를 최대로 이용한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은 사백 세겔은 4.56kg(약 1,200돈)에 해당하는 중량이기 때문이다.
사라가 처음으로 묻힌 이래 이곳에는 아브라함(25:9)과 이삭, 리브가, 야곱과 레아(49:31;50:13) 등의 3대 족장과 그의 아내들이 묻히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요셉은 야곱이 하몰의 자손들에게서 산 세겜 땅에 장사되었다(수 24:32).
엄밀히 얘기하면 마므레는 헤브론 지경 내의 한 지역이다(13:18). 그리고 '마므레'란 지명은 그곳을 점령한 아모리 종족의 한 부족장 이름으로 부터 유래한 것이다(14:13).
아브라함은 그의 나이 75세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래(12:4) 175세로 세상을 하직하기 까지(25:7) 험난한 나그네 생활을 하며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런데도 그의 생을 가리켜 범사에 하나님께 축복받은 삶이라고 한 것은(창 24:1) 하나님께서 먼저 아브라함을 찾아 오셔서 그의 삶 전체가 의로운 것이 되게 하시고 믿음의 아비가 되게 해주신 것(창 17:5)을 의미하지 단순히 때마다 물질과 권력, 건강 등과같은 축복을 내려 주신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브라함이 나이 많아 늙었고 여호와께서 그의 범사에 복을 주셨더라
창 24: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