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거니와 그는 성령으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시리라"(막 1:8)
여기에서 '물'과 '성령'은 세례 요한과 예수의 권위의 본질상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는 말이다. 즉 요한은 외적이며 성례전적 측면에서 그리고 성령 세례의 예비적 단계로서 물을 통한 세례를 베풀었다. 그러나 예수는 내적이며 본질적 측면에서, 다시 말하면 영혼의 정결과 중생과사죄의 은총을 가능케하는 구속의 완성적 측면에서 성령을 통해 각자의 심령에 세례를 베푸시는 것이다.
한편 물과 불, 이 두 단어 바로 앞에 나와 있는 '엔(ἐν)'은 도구격 조사'...로서'로 번역되지만 분명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즉 성령은 마치 물과 같이 세례에 대한 방편이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두 경우 모두 '엔'을 사용한 것은 두 종류의 세례가 지니는 성례전적(聖禮典的) 의미와 그 각각의 효능을 나타내기 위함이었지만 세례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마태는 여기에다가 흔히 성경 문학적으로 볼 때 정화, 정결, 심판 등의 속성으로 이해되는 '불'이란 대칭 용어를 사용함으로 성령 그 자체보다 성령의 능력과 영향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본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마 3:11).
"나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실 것이요"(마 3:11)
실로 오순절에 나타난 성령의 역사는 불과 같은 뜨겁고 강렬한 역사로서 믿는 자들에게는 내적인 성결과 열정을 제공하였고 불신자들에게는 종말적으로 임할 심판을 예고하였다(행 2:3).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저희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임하여 있더니"(행 2:3)
어쨌든 메시야의 선구자로서 회개의 세례를 전파한 요한은 단순히 거룩한 예식의 측면에서 물을 통한 세례를 집례(執禮)했지만 신적 권위로 이 땅에 임하신 예수는 성령을 통해 각 심령에 당신의 내밀하고도 뜨거운 불 세례를 집례하셨다. 이 같은 성령 세례는 예수의 승천 이후 보혜사 성령의 강림을 통해서 공적으로 활발히 시행되어 오고 있다.
한편 세례요한이 베푼 세례를 성령 세례와는 완전히 관계없는 단순히 물로써만의 형식적 예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게 되면 세례요한의 회개의 세례는 구속사 전개에 있어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하나의 형식적 예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정 요한의 세례는 예수의 불 세례를 준비케 하는 예비적 단계로서, 이 역시 성령의 확실한 조명과 후원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었다. 즉 오순절 성령 강림과 그에 따른 불 세례가 있기 전에도 성령께서는 인간 구원과 진리 전파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셨고 또 그 일에 부름받은 사역자들의 활동에 깊이 개입하셨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또한 한 가지 사실은 요한이 무리들에게 표현한 바 자신의 세례와 예수의 세례에 대한 시제와 관계된 부분이다. 요한 자신의 세례에 대해 '세례를 주었거니와'인 부정과거형으로 언급한 데 비해, 예수의 세례에 대해서는 '세례를 주시리라'(밥티세이, βαπτίσει)인 미래형으로 언급하였다. 이말에 대해 예수께서도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를 따르는 자들은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리라고 재차 확증해 주셨다(행 1:5).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으나 너희는 몇 날이 못되어 성령으로 세례를 받으리라 하셨느니라"(행 1:5)
이로써 우리는 인간 세례 요한의 단회성과 불완전성 및 한시성(限時性) 그리고 성자 하나님이신 예수 세례의 완전성과 영속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예수의 이와 같은 신령한 세례사역으로 말미암아 회개하는 모든 심령들에게 성령을 끊임없이 부어주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요 16:7; 행 2장).
"그러하나 내가 너희에게 실상을 말하노니 내가 떠나가는 것이 너희에게 유익이라 내가 떠나가지 아니하면 보혜사가 너희에게로 오시지 아니할 것이요 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요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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